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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이모저모/CEO 칼럼

솔직함의 역설 – 리콜(Recall)

솔직함의 역설 – 리콜(Recall)


 작성자 : 애드소앤 대표이사 송정훈



기업의 자기 실수에 대한 시인; 리콜(Recall)

세상을 살다 보면 수많은 실수가 발생하고, 이를 사과하기도 하고, 용서하기도 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는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기업과 기업의 관계에 있어서도 수 많은 실수와 용서가 되풀이되곤 한다.

하지만, 기업의 실수는 한 사람만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제품을 구입한 수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기 때문에 사과 한마디로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일상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들이 바로 ‘상품’들이기 때문에 제품의 오류는 경우에 따라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제품 오류 때문에 대규모 소송에 직면하게 되고,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 기업들은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오류일 경우 - 그것이 치명적이든 아니든 간에 – 외부에 알리지 않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만 조용히 보상하는 방식으로 살짝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이런 관행과 달리 공개적으로 제품의 결함을 시인하고, 이를 회수하여 소비자에게 보상 처리하는 것이 바로 ‘리콜(Recall)’이다.

리콜과 비즈니스 마인드의 한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지만, 국내에서는 1995년 현대 자동차에 의해 최초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동차에 국한되어 있던 제품 군이 전기 밥통, 장난감까지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리콜에 대한 인식이다. 요새는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한 번 리콜을 외친 회사는 제품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는 회사로 취급되곤 한다. 특히, 경쟁사와 언론을 중심으로 제품 결함에 대한 ‘시인’ 보다는 제품 ‘결함’에 초점을 맞추어 메시지가 흘러 나온다.

이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아직 리콜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고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치명적인 오류에도 불구하고, 리콜 되지 않는 제품들은 상당히 많다. - 심지어 외국의 한 장난감 업체는 자사 제품에 함유되어 있는 납 성분으로 인해, 미국과 일본에서는 리콜 조치를 단행했지만, 한국은 그 대상에서 제외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확실히, 리콜은 자사 제품에 어떤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는 행위이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하지만, 자사의 제품에 어떤 오류가 발견됐을 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해당 제품을 회수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며, 비용 또한 많이 드는 일이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이러한 오류를 인정했을 때는 공개적으로 해결에 대한 약속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리콜을 하는 기업은 제품에 결함이 있는 기업이 아니라, 제품을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결과적으로 공개적인 제품 검수의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이러한 리콜의 마인드가 일반화되지는 않은 듯 하다. 특히, 저열한 경쟁의 마인드는 오류의 공개적 시인과 검수라는 기업과 소비자와의 호의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로 막고 있다.

웹 비즈니스가 성숙해지기 위한 필수 요소

웹사이트 접속이 중단되었을 때, 또는 로그인 오류가 있었을 때, 제품 배송이 늦어졌을 때.. 고객이 불편해 할만한 여러 상황에서 ‘다소 타당해 보이는’ 거짓말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다 보니, 시스템 오류로 인한 접속 중단도 방문자가 너무 많이 몰려 서버가 다운됐다는 자기 과시 형 멘트로 둔갑되곤 한다.

그리고, 웹 산업에 있어서도 저열한 경쟁의 마인드는 마찬가지여서, 솔직하게 자기 잘못을 시인하더라도, 관련 업계의 기업들에 의해 공격 받기 십상이다.

웹은 오프라인이 가지고 있던 공간적, 비용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개방적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해준다. 적어도 웹 기업이라면, 자사의 실책에 대한 시인도 시인이거니와 경쟁사의 오류 시인에 대처하는 자세도 지금과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배타적 구획 짓기가 아닌 소비자들이 기업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고, 소비자가 제품 검수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보다 개방적으로 만들었을 때, 웹이 우리에게 준 비즈니스적 가능성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